2024.09.05.(목)
9월 2일부터 시작하려고 했던 아침 걷기 운동(+ 아침 일찍 일어나기)을
드디어 시작했다.
매일밤마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날 거야.' '내일은 집밖으로 나가서 조금이라도 걸을 거야.'
이 말만 수십 번을 반복했다.
항상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실패했는데 오늘은 7시 반에 일어났다.
걷기 운동을 결심하게 된 계기
백수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공백기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작년 9월 토익 시험 이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되돌아보니 나의 2024년이 텅 비어있다.
지난 6월에 첫 입사지원을 할 때만 해도 금방 취업이 될 것 같았는데
그때의 의욕은 사라진지 오래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리저리 방황하는 기분이다.
조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나의 행동은 여유롭다.
더 게을러졌다.
한달에 3만보도 안 걷는 달이 쌓여간다.
(2021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20~30만보 이상을 걷는 게 평균이었는데
활동량이 심각하게 줄었다.
이렇게 지낸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래서 일주일에 최소 3번 이상 외출하는 것을 목표로
걷기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외출할 땐 5,000보 이상씩 걷기.
나는 생활패턴과 체력을 개선해야 하니
아침 걷기 운동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야 하고, 밖에 나가야 하니
한 번에 생활패턴+외출+운동
이 3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백수집순이 탈출을 위해...
나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까지는 했다.
변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어제는 엄마가 화를 내셨다.
취업 준비는 하고 있는 거냐고, 공부는 하고 있냐고 울분을 토해내는 엄마의 얼굴이
너무 지쳐 보여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언니도 지금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했다.
좀 집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걸 어떡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나의 안일함이 부모님께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사실 잘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계속 회피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어제는 조금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내가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어..(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래서 어제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자.'하고 결심했다.
매일 하는 결심이지만...
어제는 언니에게 내일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마구마구 때려주라고 했다.
(글을 쓰다 보니... 이게 히키코모리인가?
나처럼 백수+집순이=히키코모리...가 되는 건가...😵
나는 몰랐는데, 조금 많이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언니한테 맞기 싫어서 일찍 일어났다.
(진짜 때릴 것 같아서.)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더니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방을 청소한 후
양치질하고 옷을 갈아입고 선크림을 발랐다.
외출 준비를 다하고 삼성헬스를 잠시 구경했다.
내 걸음수는 상위 87%
(저번달까지만 해도 상위 90%대였는데,
최근에 날이 시원해지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가서 걷고 왔더니 87%로 올랐다.)
9월 글로벌 도전은 토마토.
난.. 4일 동안 900보 걸었다.
거의 꼴지순위다.
오늘부터 다시 올라갈 거다.
나는 2018년부터 항상 삼성헬스 글로벌 도전에 참여했다.
한때는 상위 15% 안에 들기도 하고,
매달 20만보 달성하는 게 쉬웠지만...
복학하고 처음 맞는 여름방학 때(2022년) 최장기간 집에만 머물고 나서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고,
4학년으로 올라간 후에는 공강이 많아지며 자연스레 활동량이 줄었다.
정말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집에만 있는 게 즐겁고 행복했다.
4학년 2학기 때는.. 원래는 무척이나 바쁠 예정이었지만
그 기회를 포기한 후
본가로 내려왔다.
남은 학점은 수업을 듣는 대신 토익으로 채웠고,
그렇게 작년 9월 말부터 본격적인 백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졸업 전공수업은 계절학기로 들어서 문제가 없었다.
내가 그때 4일 만에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백수도 집순이도 아니었을 텐데.
가끔 후회가 되고 나약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또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어나갔네.
어쨌든! 지금 나는, 내 선택에 의해 인생 곡선이 마이너스까지 내려왔으니
이제 다시 올라갈 차례라고, 내 선택을 너무 원망하지 말자고 말해주고 싶었다.
오전 8시 15분쯤
양산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이번 주 첫 외출이다.
아침햇살이 좋았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선선했다.
초등학생들이 등교하는 게 보였다.
그동안 나는 집에만 있고, 잠만 자던 시간인데
어린아이들도 부지런히 사는구나.
내가 어린아이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웃음만 나왔다.
학생 때 지각 한번 안 했던 내가
지금은 누구보다 게으른 삶을 살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자꾸 옛날 생각이 떠올라서 문제다..)
어쨌든 양산을 쓰고 마구마구 걷기 시작했다.
햇살이 뜨거웠다.
휘청휘청..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을 바라봤다.
나무를 바라봤다.
나무를 자세히 보니 단풍이 들어가고 있었다.
점점 주황빛으로 물들어가고,
은행나무는 노란색으로...
내가 집에서 고여있던 시간 동안
바깥세상의 모든 것들은 열심히 살아냈고, 이젠 변하고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하얀 구름도, 까치와 참새들도..
나뭇잎 하나, 바람 한 줌에도
시간의 흐름이 느껴져서 마음이 환기되는 기분이었다.
헛되이 보낸 나의 지난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너무 아까워서 슬프기도 했다.
한 바퀴, 두 바퀴 걸을 때마다 깊은 생각에 빠졌다가..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덥다는 생각만 들었다.
모든 잡념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몸에 흐르는 땀과 양산을 쥔 손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이 가장 커서
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것들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엔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았는데
걷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지나있었고,
9천보 넘게 걸을 즈음에는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났다.
1만보를 채운 후 걷기 운동을 끝냈다.
약 1시간 20분 동안 쉬지 않고 걸었다.
조금 힘들었다.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아 쉬었다.
오랜만에 보는 초록색줄
뿌듯하다.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니 잠이 쏟아졌다.
9월 글로벌 도전 순위가 70만 대에서 60만대로 올랐다.
이번 달은
초록색 별 5개를 다 따고 싶었는데
어제까지 걷기 운동을 미룬 탓에
첫 번째 별은 아쉽지만 실패다.
두 번째 별은 꼭 얻고 싶다.
내 나이대 걸음수는 평균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나처럼 순위 경쟁하는 걸 즐기는 사람에게는
삼성헬스가 참 좋은 것 같다.
경쟁이라기보다는.. 그냥 함께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게 느껴져서 좋다.
보이지는 않아도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시스템인 것 같다.
노곤해진 몸으로 집에 와서 물을 마시고
씻고 나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삼성헬스 알림이 와서 봤더니
일일 활동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이었다.
하트모양이 채워진 게 아주아주 오랜만인 것 같다.
좋다.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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