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졸업 그리고.../취준 일기

공대 졸업 후 백수..

지수해 2024. 9. 1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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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반년이 넘게 흘렀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말로만 취준생 취준생

사실상 아무 쓸모없는 백수다.

 

공부도 안 하고

이력서도 안 쓰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나도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 동기들 중엔 3학년 끝무렵에 조기취업한 친구들도 몇 있고,

복학하고 만난 사람들 중엔 4학년 1학기 끝나고 취업한 후배도 있다.

 

그 친구들은 1학년 때부터 가고자 하는 진로가 확고했다.

하고자 하는 게 확실했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는 데 시간을 쓰던 친구들이

빠르게 취업했다.

 

참 부럽다.

대단하다.

 

 

나는 대학 다니는 4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

 

 

적성과 관심사에 맞는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야 알았다.

 

대학교 공부와 취업 준비는 정말 다르다..

 

 

 

나는 많은 것이 후회된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3~4학년 되면 시간이 없으니 미리 어학 자격증, 포트폴리오 등등 만들어놓아라" 하고 조언해주시던

교수님 말씀을 안 들은 게 가장 후회된다.

 

그 말을 1학년, 2학년, 휴학하고 나서도..

계속 말씀하셨는데

그때 듣지 않았던 게

이제서야 후회가 된다.

 

교수님께 조언을 쉽게 구할 수 있을 때 미리 해놓을걸.

 

 

또 후회되는 것은 4학년 때 취업 전담 교수님을 자주 찾아뵙지 않은 것.

 

3학년 땐 현장실습(인턴) 하고 싶다고 자주 찾아가고 그랬는데,

막상 현장실습 하고 나니 적성에 안 맞아서 더 혼란스럽고..

4학년 때 교수님들을 자주 찾아가야지 했던 다짐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냥.. 눈앞의 작은 고통으로 내 모든 생각을 지워버렸던 게 후회된다.

 

내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후회되는 것은...

내가 했던 선택을 포기한 것.

 

혼자 해외에 나갈 용기가 없었지만, 나가기로 결심하고 장기 인턴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그냥 단지 수업이 듣기 싫다는 이유로 4일 만에 포기했다.

포기할 당시에는 자기합리화를 쉽게 했는데

1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정말..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럽다.

 

친구가 빨리 생길 줄 알았는데,

혼자 신청한 사람은 나 혼자 뿐이어서

심적으로 더 힘들었다.

 

나는 친목질 하려고 가입한 게 아니라

해외인턴을 하고 싶었던 건데,

생각지도 못하게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고등학교 때 받았던 스트레스를 다시 겪게 되니) 버틸 수가 없었다.

 

난 너무 나약한 사람이다..

너무 섣부르게 포기했고, 너무 강하게 회피했다.

그래서 이렇게 후회한다.

 

그걸 포기하지 않았다면

죽을 만큼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독립을 하고 취업을 한 상태였겠지.

 

 

내가 포기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내 주변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도

"조금만 버텨봐."라고 한마디만 해줬다면..

힘내라는 한마디만 해줬다면

버티고 싶었는데,

포기하라고 하는 사람만 있었지 버티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것도 답정너인 내 잘못이지만..

남탓 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한 번쯤은 알아주길 바랐는데..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포기한 덕분에 나는 작년 9월부터 아무것도 안 했다.

(2학기 수업을 계절학기로 미리 들어야 했기 때문...)

 

그땐 좋았는데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후회된다.

 

 

 

이것 때문에

대학원에 들어오라는 교수님 제안도 거절하고..

(제안받은 건 6월, 프로그램 포기한 건 7월 말...)

 

포기했다는 건 아무한테도 말할 수가 없어서

도움을 구할 사람이 없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다는 걸 알지만

그냥 혼자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교수님들께 취업 조언을 구할 수가 없다.

 

그냥...

 

 

 

모든 게 후회스럽다.

 

후회하는 게 가장 미련한 짓인 걸 아는데도

자꾸 후회가 되는 걸 어떡해.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엄마랑 싸웠다.

 

아무 데나 들어가라고 화내는 엄마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난 그게 그렇게 쉬우면 엄마가 들어가라고 했다.

 

엄마가 나 때문에 울었다.

 

 

내가 이 세상에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일 생각한다.

사라지고 싶다고.

 

 

 

 

 

짜증의 원인이 나라는 걸 안다.

엄마 마음속의 가장 큰 짐덩어리가 나다.

어제도 오늘도 엄마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리면 나도 화가 난다.

화가 나는 나 자신에게 또 화가 난다.

 

아빠랑 엄마 얼굴 보기 죄송해서

더 짜증만 낸다.

 

난 정말 불효자식이다.

 

 

 

난... 이렇게 오래 집에 머무를 생각이 아니었다.

8월 안에는 취직해서 나가고 싶었는데,

얼른 독립해서 힘들어도 혼자 어떻게든 살아보고 싶었는데,

이력서 포트폴리오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또 이렇게 쉽게 포기할 줄 몰랐다.

 

올해 몇 번의 새로운 결심을 하고,

금세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시작할 수가 없다.

 

이런 내가 너무 비겁하고 한심하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내가 너무 가증스럽다.

 

 

 

 

다시 4학년으로 돌아간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포기한다 해도, 교수님들께 일자리를 부탁해서 어디라도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졸업 후에 뭐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를 집에만 있게 만드는 건..

당장은 좋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너무 해롭다.

 

백수 생활이 해롭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해롭다.

 

 

 

그냥..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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